2008. 2. 25. 19:19

이 세상은 "진짜 이야기"를 기다린다

  지난 태왕사신기 이후 군대에서 드라마를 보게되는 버릇이 생겼다.
  사실 태왕사신기도 100% 충실하게 본 것은 아니었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시리즈물의 덫에 걸려 한편 한편 보다가 마지막편까지 다 보고서야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.
  그러고서 '아 이제 은근히 시간 뺏는 드라마를 보지 말아야겠다'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어떻게 하다보니 근무 중에 '뉴하트'를 보다가 또 시리즈물의 덫에 걸리고 말아 이제껏 두세 차례 빼고는 뉴하트도 거의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.
  그래도 '태왕사신기'는 세간에 말도 많았고, 또 고구려 역사물이라는 점에서 나 스스로도 '이건 한 번쯤 봐야 될 드라마'라고 생각했는데, 개인적인 가치 관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단순 드라마 '뉴하트'를 빼놓지 않고 보게되고 또 기다려지는, 내 자신의 가치를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.
  참 꼭 '중독'되는 것 같이 한 번 이야기 덫에 제대로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일인 듯 싶다.
  그러니 여자들과 매일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죽여버린 페르시아의 왕도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덫에 걸려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.

  며칠 전 어둑어둑 한 저녁무렵 부대 안을 걷다가 문득 세상사람들은 참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바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.
  그렇지 않은가. 이 세상에 평생 읽어도 못 읽을 수많은 책 속에 이야기들이 있고, 또 한평생 본다 해도 다 못 볼 영화들이 널렸는데도 아직도,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쓰여지고 있지 않은가.
  그 심리는 무엇일까.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심리?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심리? 감동을 받고자 하는 심리?
  아마도 세상 사람들은 "진짜 이야기"를 바라며 수많은 '이야기'들을 찾아헤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.
  나 자신을 완성시켜줄 이야기, 진정한 나를 찾고 또 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주는 "진짜 이야기"
  상제님께서 "蒼生有億兆(창생유억조)하고 億兆有願戴(억조유원대)하고 願戴有唐堯(원대유당요)니라 - 창생은 억조가 있고 억조창생에게는 받들어 모시고 싶은 님(君師)이 있으며 받들어 모시고 싶은 님에는 당요(唐堯)와 같은 성군이 있느니라.(도전 2:125)"라고 하시지 않았나.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가슴 한 구석에서 자신을 기꺼이 다 바쳐모실 성군을 기다리며 그 성군께서 들려주실 - 혹은 들려주신 - "진짜 이야기"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. 그리고 그 이야기와 자신을 완전히 하나로 만들기를 궁극적으로는 바라는 것이리라. 한 생명의 궁극존재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테니까.
  그 "진짜 이야기"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"진짜 이야기" 들려주고 싶은 마음 가득하나, 제대로 감동적으로 못 들려주는 나 자신의 한계가 실로 깝깝할 뿐이다...

gon. [終]